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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범수의 정공법] 조국혁신당이 사는 법

 

청년 없는 혁신당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687만표(24.25%)를 얻어 국회의원을 12명 배출했다. 광주와 전·남북, 세종시에서는 민주당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부산에서도 22.47%를 득표하여 민주당(20.84%)를 제쳤다. 창당 한 달 만에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회에 입성한 정당은 대한민국 70년 헌정 사상 혁신당이 처음이다.

 

총선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를 세대별로 보면, 혁신당 지지율은 50대가 38.5%로 가장 높다. 이어서 40대 38.2%, 30대 23.4%, 60대 21.6% 순이다. 20대는 18.2%에 불과하다. 특히 20대 남성은 17.9%로 40~5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의원이 3명에 불과한 개혁신당(16.7%)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청년 없는 당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당은 지난 7월 5일 수원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최연소 당원 김지영은 입시에 전념해야 할 고3 학생이지만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와 권력 남용, 기득권 횡포 등 우리 사회의 비상식과 비합리를 바꿔줄 거라고 기대하여 입당했다”고 밝혔다. 청년은 개인주의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통념을 깨는 발언이었다.

 

7월 5일 토크콘서트는 원래 혁신당 경기도당이 청년 목소리를 듣고자 기획했지만 중앙당에서 부담을 느껴 대상을 전 당원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혁신당 의원과 20대 청년이 만나면 나이 차이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6세대가 주류

 

혁신당 의원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86세대가 주류다. 황운하(1962년), 김준형(1963년), 김선민·서왕진(1964년), 조국(1965년), 강경숙(1967년), 차규근(1968년), 정춘생(1969년) 의원이 그렇다. 신장식(1971년), 박은정(1972), 이해민(1973년) 의원은 50대 중반이고 가장 젊은 김재원(1975년) 의원도 우리 나이로 쉰 살이다. 20대에게는 아저씨뻘이라 불편하고 만나도 공통 화제가 거의 없다.

 

개혁신당의 이주영(1982년). 이준석(1985년), 천하람(1986년) 의원은 모두 1980년대 생이다. 20대에게는 큰형, 큰누나뻘이다. 젊다는 것 외에 인상적인 공약이 없는 개혁신당이 20대 남성 지지율은 혁신당과 비슷한 이유다.

 

윤 정권 심판 외에 비전과 정책 안 보여

 

지난 4월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백년정당의 길을 만들겠다”며 “올해 당비 납부 10만 당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당 재정을 튼튼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120년 역사를 갖고 있고 최근 재집권한 영국 노동당이나, 1932년부터 44년간 연속 집권했고 지금도 여당인 스웨덴 노동당을 꿈꾼다는 얘기다.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혁신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총선 직후인 4월 셋째 주에 14%였으나, 6월 18∼20일 조사에서는 9%로 떨어졌다.

 

이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3년은 너무 길다’로 압축한 ‘윤 정권 심판’ 메시지 외에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거대 양당 위주로 정국이 돌아가 주목을 받지 못한다거나, 지역 기반 없는 비례정당이라거나, 비교섭단체의 한계 같은 이유는 대지 말라. 핑계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의원이 한 명도 없을 때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주도하여 주목을 받았다. 17대 국회에서는 의원이 열 명에 불과했지만 무상급식 정책을 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 올렸다.

 

백년정당으로 가려면

 

당비 납부 10만 당원과 백년정당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비전 수립과 정책 제시로 20대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비전과 정책은 민생에서 나온다. 민생에 스며들어 구체적이고 파급력 있는 의제와 정책을 만들고, 알리고, 설득하여 공감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 

 

사실, 혁신당이 화력을 집중하는 검찰개혁이나 김건희 특검은 민생 의제나 정책이 아니다. 입시지옥, 취업난, 주택난, 지방소멸로 고통 받는 청년에게는 정치 엘리트 간의 권력 다툼일 뿐이다.   

 

이준석, 천하람 같은 젊은 정치인 양성해야

 

 

혁신당은 20대에 먼저 다가가 소통, 공감하면서 의제와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김지영 같은 청년 당원을 계속 찾고, 유지하고, 늘려 10년 앞을 내다보고 청년 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

 

이준석은 2011년 박근혜가 발탁하여 정치를 시작했다. 당시 26살이었다. 불과 10년 후인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 여론에 힘입어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이자 대한민국 의전 서열 7위가 되었다. 2022년 대선에서는 20대 남성표를 국민의힘으로 결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준석보다 한 살 젊다. 그는 이준석이 대표직에서 쫓겨난 후 열린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52.9%), 안철수(23.4%)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득표율은 15%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8.7%)보다 높았다. 

 

20대 지지율만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뉴시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천하람은 31.8%를 기록하여 안철수(31.7%)보다 높고, 김기현(16.4%), 황교안(13.1%)을 크게 앞섰다. 

 

20대에 다가가 10년 후 대비해야

 

혁신당에도 이준석, 천하람 같은 젊은 정치인이 탄생해야 한다. 지금부터 20대에 다가가서 1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20대에 다가가는 첫 걸음으로 20대 당원·비당원 간담회를 제안한다. 당원에게는 왜 입당했는지, 당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묻고, 비당원에게는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혁신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물으며 민생 의제와 정책을 찾아 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축적하면 자연스럽게 지지율은 올라가고 집권은 가까워질 것이다.

 

지금 혁신당은 7월 20일 첫 전당대회 준비로 숨 돌릴 겨를도 없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어떻게 20대와 소통·공감할지, 어떤 의제와 정책을 만들어야 청년에게 희망을 줄지, 청년 당원을 발굴·유지·확대하고 유망한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코리아 이코노미 뉴스 이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