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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범수의 정공법]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

창당 한 달 만에 12석 획득

 

제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창당 한 달 만에 12석을 획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의석수도 적지 않지만 비례대표 득표율은 놀랍다. 무려 24.25%를 득표하여 26.69%를 얻은 민주당에 근접했다. 호남과 세종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 부산에서도 22.47%를 득표하여 민주당(20.84%)을 제쳤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혁신당 지지율은 지난 3월 3일 중앙당 창당 후 꾸준하게 올랐다. 3월 첫 주 6%에서 시작하여 둘째 주 7%, 셋째 주 8%, 넷째 주 12%로 오르다가 총선 직후인 4월 3주(4.16~18일)에는 14%를 기록했다. 

 


호남, 40~50대, 진보 성향이 주 지지층

 

4월 3주 혁신당 지지율을 세부적으로 보면, 지역별로는 호남이 22%로 가장 높다. 이어서 부울경 14%, 경기·인천 13%다. 대구경북 지지율은 12%로 평균보다 그리 낮지 않다. 호남에서 51%를 기록했지만 대구경북은 22%에 그친 민주당과 대조적이다. 혁신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로는 40~50대에서 21%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60대 14%, 30대 12%, 20대 9%다. 50대 지지율은 민주당(30%)과 단 9% 포인트 차이다. 40대 지지율은 국민의힘(20%)보다 1% 포인트 높다. 20대는 한 자리수다. 혁신당은 청년이 없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별로 보면 사무관리직이 18%로 가장 높았다. 소득별로는 상·중상과 중하가 17%로 가장 높았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 27%를 얻었다. 중도층은 13%이다. 


혁신당은 호남, 40~50대, 사무관리직, 상·중상·중하층, 진보 성향이 주 지지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이유


22대 총선에서 국민은 왜 혁신당에 표를 던졌을까? 조국 대표 외에는 무명에 가까운 비례대표 후보를 12명이나 국회에 보냈을까? 필자는 크게 다섯 가지를 꼽는다.  


첫째, 급격하게 악화된 대통령 직무 평가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4월 10일 선거일을 앞두고 급격하게 나빠졌다. 부정 평가는 3월 3주 58%에서 4월 3주에는 68%로 크게 상승했다. 총선 기간에는 여론조사를 할 수 없어 투표 당일 부정 평가율을 알 수 없지만 4월 3주 68%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 평가자의 상당수가 민주당이나 혁신당 등 야권을 지지했다. 실제로 4월 3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자의 42%는 민주당을, 20%는 혁신당을 지지했다. 


둘째, ‘3년은 너무 길다’로 압축한 선명한 정권 심판 구호이다. 총선이 과거를 심판한다면 대선은 미래를 선택한다.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가 낫다고 생각했다. 집권 후 2년 간 엑스포 유치 실패, 잼버리 파행, 이태원 참사, 언론 탄압, 검사 요직 독식, 일본 편향 외교 등 윤 정부는 실정을 거듭했다. 


잇따른 실정으로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 여론이 고조되었다. 이때 혁신당이 나타나 정권 심판을 넘어 정권 퇴진을 요구하자 진보층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투표일 직전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터졌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이다. 채상병의 허망한 죽음을 애석해 하던 국민은 채상병 사건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자 정권 비판을 넘어 ‘3년은 너무 길다’고 외치는 혁신당에 동조했다. 중도층을 의식한 민주당이 주저하는 사이에 과감하게 정권 퇴진을 내건 혁신당에 표를 던졌다. 조국을 국회로 보낸 일등 공신은 윤 대통령이다. 


셋째, 친명횡재, 비명학살로 요약할 수 있는 민주당의 공천 불공정이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후보를 공천하면서 ‘친명’은 중용하고 ‘비명’은 잘라냈다. 대표적인 예가 강북을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유일한 개혁 입법으로 평가 받는 유치원 3법을 제정하여 유치원 보조금 비리를 청산한 주역이다. 이 대표는 30% 감산 페널티, 전략 선거구 지정, 경선 투표인단에서 일반 국민 배제, 신인·여성 후보 25% 가점 등 친명이 아니면 김대중·노무현이 나서도 이길 수 없게 규정을 만들어 박용진을 잘라냈다. 민주 정당이라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비주류와 비판 세력을 제거하여 이재명 사당으로 만들었다.


윤 정부의 거듭된 실정으로 개혁적이고 깨끗한 후보를 내세우면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는 판세에서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구명을 위해 호위무사를 대거 공천했다. 이 대표에 반감을 품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하려고 할 때 대안이 나타났다. 


지민비조.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후보는 혁신당을 찍자는 말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민주당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거부하고 혁신당에 표를 던졌다. 


실제로 JTBC가 3월 초(3.7~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은 유권자 중에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혁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40%로 더불어민주연합(36%)보다 높았다. 한국갤럽이 3월 4주(3.26~28일)에 실시한 여론조사도, 국민의힘 지지자는 85%가 여당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찍겠다고 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더불어민주연합(57%)과 혁신당(36%)으로 표가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 대부분이 더불어민주연합을 찍었다면 혁신당은 당선자를 배출하기 어려웠다. 혁신당 의원 대다수는 이재명 대표가 길러 냈다.  


넷째, 야권 확장 전략과 심판만 남은 선거 구도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 상당수는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이 표를 갈라 먹어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혁신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아 야권 분열로 국민의힘이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이재명과 심상정으로 표가 갈려 윤석열이 당선된 지난 대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재명 대표가 싫어 투표를 포기하려던 야권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끌어 들였다.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을 확장했다. 


윤 정권 심판론이 대세가 된 판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정권 심판’에 ‘야당 심판’으로 맞섰다. 패착이었다. 무상급식이나 보편적 복지 논쟁처럼 여야가 전선을 형성하여 정책으로 맞붙었다면, 혁신당은 낄 자리가 없었다. 정권 퇴진 외에는 내세울 만한 정책이나 공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 심판에 국민의힘이 야당 심판으로 맞서니, 민주당보다 훨씬 선명하게 싸우겠다고 나선 혁신당이 표를 얻을 수 있었다.  


다섯째, 조국 일가의 고난의 서사이다. 조국 대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감옥에 가야 한다. 부인은 투옥되었고 딸은 의사를 포기했다. 아들은 석사 학위를 반납했다. 조국 일가가 당한 멸문지화로 위선, 위법 등 조국이 저지른 잘못은 ‘그 정도면 죄값을 치르고도 남은 것 아니냐’는 정서가 국민 사이에서 확산되었다. 친문 진영은 조국 일가가 쓴 고난의 서사에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정서와 공감은 조국에 대한 도덕적 비난 가능성과 위법성을 약화시켰다.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


총선 3개월 후 지지율은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갤럽에 따르면, 7월 4주(7.23~25일) 혁신당 지지율은 9%다. 4월 3주에 비해 5% 포인트나 하락했다. 호남권은 22%에서 17%로, 50대는 21%에서 16%로, 사무관리직은 18%에서 12%, 소득 중하층은 17%에서 12%로, 진보층은 27%에서 17%로 떨어졌다. 


혁신당 지지자는 3분의 1 이상이 3개월만에 지지를 철회했다. 혁신당 지지율은 왜 급락했을까? 급락 이유도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이 윤 대통령을 심판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국민은 야권에 표를 몰아 주어 윤 정권을 혹독하게 심판했다. 7월 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친윤 원희룡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이기고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친윤은 김건희 여사 문자까지 공개하면서 한동훈 당선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국민의힘 당원은 흔들리지 않고 한동훈을 선택했다.

 
여당 당원도 윤석열을 심판하면서 혁신당의 정권 심판 구호는 유통기한이 지나 버렸다. 영양가는 있지만 신선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당은 ‘3년을 너무 길다’를 외친다. 혁신당에 관심이 식는 이유다. 


둘째, 비교섭단체의 한계이다. 국회법에 의하면 정기·임시국회 등 국회 운영 일정과 본회의와 대정부 질문의 순서·발언시간은 교섭단체가 정한다. 비교섭단체는 중요한 입법이나, 예산안 등의 논의에 대부분 참여하지 못한다. 여야 원내대표 정례 회동과 여·야·정 협의체에도 끼지 못한다. 비교섭단체 의원의 상임위 배정도 교섭단체가 정한다. 비교섭단체는 상임위원회 간사 자리도 없다.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초반에는 교섭단체 대표가 연설한다. 교섭단체 대표는 40분 간 연설할 수 있다. 비교섭단체 대표는 15분만 발언할 수 있다. 비교섭단체 의원은 국회 중요 일정을 회의 직전에 통보 받는 경우가 많다.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되는 때도 있다. 거대 양당은 비교섭단체 의원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한다. 

 

 

결정적으로 비교섭단체를 옥죄는 법령이 있다. 정책 연구위원 배정 규정이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정책 연구위원을 두고 있다. 정책 연구위원은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월급을 받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에만 배정한다. 22대 국회는 1급 상당 8명, 2·3급 상당 37명, 4급 상당 32명 등 정책 연구위원을 총 77명 두고 있다. 이 중에서 민주당은 47명, 국민의힘은 30명을 배정 받았지만 혁신당은 단 한 명도 배정 받지 못했다. 혁신당 등 소수 정당의 정책 개발 의지를 꺾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거대 양당의 횡포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말에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혁신당 국회의원 12명은 국회에 입성했다. 선거가 끝나고 국회가 열리면 정당 지지율은 정책과 소속 의원의 의정 활동이 좌우한다. 혁신당은 검찰 독재 종식, 민생 경제 회복, 사회권 강화, 제7공화국 개막, 기획재정부 개혁, 기회 균등 사회, 담대한 저출산 대책, 국가 균형 발전, 과학자 주도 과학 정책, 평화 공존을 내세운다. 대부분 국민의 고달픈 삶의 개선과 관계 없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선언이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민주당과 차별화도 되지 않는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정책이 비슷하다면 힘 없는 소수 정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국민의 90%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 일류대도 삼류대도 없는 프랑스 대학평준화 정책, 평등과 효율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핀란드 교육 정책과 같은 담대한 정책은커녕 민주노동당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김상곤 전 교육감의 무상급식 같은 생활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혁신당 홈페이지는 ‘탄핵호 출항’,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를 크게 부각하고 있다. 여전히 윤 정권 심판에 매달리고 있다.


넷째, 실탄이 없다. 우리나라는 정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당에 보조금을 준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분기마다 정당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경상 보조금이라고 한다. 경상 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교섭 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먼저 총액의 50%를 똑같이 나눠준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5석 미만이나 의석이 없는 정당 중에 최근 선거에서 득표율 요건을 충족한 정당에는 총액의 2%씩 지급한다. 잔여분 중에 절반은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에 의석수 비율로, 나머지 절반은 제22대 총선의 득표수 비율에 따라 지급한다. 거대 양당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방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2024년도 2분기 경상 보조금 126억 3천만원을 9개 정당에 지급했다. 민주당은 51억 6천만원, 국민의힘은 49억원을 받았다. 전체의 80%를 두 당이 차지했다. 혁신당은 5억 3천만원에 불과했다. 국회 의석수는 지급 당시를 기준으로 하므로 5월 30일에 개원한 제22대 국회의 의석수를 반영한 보조금은 3분기부터 지급한다. 혁신당은 3분기에는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거대 양당에 비하면 자금난으로 허덕일 수 밖에 없다. 실탄이 부족하면 유능한 당직자를 충분히 뽑을 수 없다. 좋은 정책을 개발해도 널리 홍보할 수 없다. 혁신당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이유다.  


다섯째, 지방 선거와 대선을 이끌 지도자가 떠오르지 않는다. 2년 후에는 지방 선거가 있다. 3년 후에는 대선을 치른다. 지방 선거는 지역을 발전시킬 일꾼을, 대선은 미래를 선도할 지도자를 뽑는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신당의 성공은 인물이 좌우한다. 소수 정당일수록 지역 명망가와 매력적인 대권 주자가 필요하다.


혁신당에는 지방 선거와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인물이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민주당 이재명, 개혁신당 이준석 같은 대표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조국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낙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 주자 없는 정당은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혁신당은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돌파구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까? 지지율 제고 방안과 전략은 다음 칼럼에 게재하겠다.